오늘밤은 서럽게 울자. 누구보다도 나를 생각하며 서럽게, 서럽게 한 번 울자. 지난 한 해 저질렀던 수많은 죄들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며 그 죄에 돌멩이 맞듯 맞아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오늘밤은 빈방에서 고독하게 울자. 미운 나, 불쌍한 나를 한없이 뉘우치며 온몸 사무치게 깊이깊이 울자. 마침내 그 울음 지쳐서 바닥나면 한없이 투명해진, 고요한 내 마음 위로 자정이 오고 아아, 그 때 눈부시게 찬란한 새해 첫 새벽이 열리리.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 마음마저 부너져 슬펐던 한 해 희망을 키우지 못 해 더욱 괴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 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달력 위의 숫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담담히 던져 오는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해 망설이는 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주님 하루의 끝과 한 해의 끝이 되면 더욱 크게 드러나는 저의 허물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실수를 후회하는 일도 이젠 부끄럽다 못해 슬퍼만지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십니까?
정성과 사랑을 다해 제가 돌보아야 할 가족, 친지, 이웃을 저의 무관심으로 밀어낸 적이 많았습니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참아 주며 마음을 넓혀 가려는 노력조차 너무 추상적이고 미지근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웃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도전과 아픔이 두려워 바쁜 일이나 더짓된 평화 속으로 자주 숨어 버린 겁쟁이였음을 용서하십시오
남에겐 좋은 말도 많이 하고 더러는 좋은 일도 했지만 좀더 깊고 맑게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십시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늘상 되뇌이면서도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어 주위의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했습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 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 위해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라도 좋고 남성이라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수 있 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나라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없다. 만약 내가 한두 곳 한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자산이 되었을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는 않고, 내친구도 성현같아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을 뿐이다. 나는 때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제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많은 아름답게 지니니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은 일에 초조하지않을 웃음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은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부인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 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선암마을은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아름답게 지켜나가야 할 자산입니다. 이 블로그가 한반도지형을 찾는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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