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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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1.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김종원

 

눈 감으면 코를 베이는 것이 아니라
코만 남겨두고 다 베어가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는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하나가 생기면 반을 나누어 주고
열이 생긴다 해도 하나만 가지고
나머지 아홉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며
더 줄 것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바보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길거리를 걷다가,
바닥에 엎드려 돈을 구걸하는 사람을 보며
"저런 사람들 대부분이 멀쩡한 사람들이래
불쌍하게 보이려고 괜히 아픈 척 하면서
일하지 않고 구걸하면서 먹고 사는거래"라고 말하는 내 옆에서
"그래도 혹시, 정말 혹시
저 사람만은 그런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정말 몸이 아픈 사람일지도 모르잖아"라고 말하며
지갑에서 있는 돈을 다 꺼내어 주며
더 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구걸하는 그 사람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는
그런,
따스한 손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소위 "인맥"이라 불리우는
좋은 친구만을 사귀는 요즘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만 사귄다는 것은
이 세상 사람들의 반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폐부를 찌르는 말 한마디 건내주는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나는, 진정
사람 냄새 나는
바보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아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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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1.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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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1.

 

인생의 가을에

 

이병한

 

봄은 따듯한 남쪽에서부터 오지만
가을은 추운 북쪽에서부터 온다

봄은 무한한 꿈과
욕심에서 시작하지만
가을은 열매의 나눔과
잎을 버리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에도 사계절이 존재한다

인생의 봄엔 꿈과 욕심을 먹고산다
무엇인가 더 많이
소유해야만 행복함을 느끼는 때이다

인생의 가을이 되면 소유를 나누고
버림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도
더 많이 가지지 못해서 안달이다

그는 정녕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빈손으로 오라는 겨울의 부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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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31.

 

우히는 만나면 왜 그리도 좋을까

 

용혜원

 

우리는
만나면
왜 그리도 좋을까

마음이 같고
생각이 같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울 되어 비추어 주기에
서로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만나면
왜 그리도 좋을까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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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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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4.

 

어머니 50

 

김초혜

 

빛 중에
해가 으뜸이듯이
사람 중에
어머니 제일이시네
학문을 많이
익힌 건 아니지만
사람의 법도(法道)
잘 다루시었고
의학을 몰라
의술은 아니어도
자식의 병
신통으로 다스리고
당신의 병은
깊어도
앓지 않으시고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힘
숨어 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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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4.

 

이 세상사는 날 동안

 

오광수

 

사랑하는 사람에겐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파도같이 밀려오는아픈 육신의 통증과심장을 도려내는 아픈 마음의 고통은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사는 날 동안사랑하는 사람에겐이별이 없었으면 좋겠다미치도록 보고 싶은아픈 이별의 통증과하늘이 무너지는아픈 후회의 고통은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사는 날 동안사랑하는 사람에겐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마주보며 같이 웃고서로 도우며 보듬고아끼고 정나누며믿음 안에서 소망이함께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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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4.

 

가을연가

 

정태현

 

누군가 보고픈

사람도 없는데

그 누구의 숨결인가?

갈바람 산들산들

은은한 여인의 향취가

배어있네

 

누군가 기다리는

사연도 없는데

그 누구의 편지인가?

갈잎은 울긋불긋

절절한 사랑의 사연이

쓰여있네

 

 

 

누군가 그리운

음성도 없는데

그 누구의 고백인가?

벌레소리 소곤소곤

정겨운 밀어에 갈 밤이

깊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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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8.

산이고 싶어라

 

서정원

 

찌들고 찌든
삶의 먼지 다 털어내고
파아란 바람으로 휘파람 불며

가슴 가득 맑은 공기 채우는
산이고 싶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 팔을 벌리고
온 몸으로 차별없이 반기는
산이고 싶어라

꽃이 피면 그 발아래
향기를 깔고

세상에 눈 멀고 귀먼
산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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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8.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나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 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빰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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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17.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 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 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속에 향기가 녹아 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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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4.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말고
산을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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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4.

 

꽃씨를 닮은 마침표 처럼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 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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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5.

 

사랑을 짓는 사람들

 

용혜원

 

이웃을 소중히 여기며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짓는 사람들
눈빛과 눈빛으로
손길과 손길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며
행복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땀 흘릴 줄 아는 마음과
세상을 넓게 보는 눈과
두 손을 모을 줄 아는 기도 속에
한 집 한 집 지어지고
새 삶을 얻은 가정은 평안과 기쁨이 가득하다

이웃을 위해
진실 속에서 일하는 사랑의 건축가들의
땀과 수고와 열정 속에
사랑의 집들이 지어진다

이웃을 위한 사랑에 빠져보라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누어보라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게 된다
그 사랑이 잔잔하게
마음과 마음속으로 계속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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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5.

인생의 벗

송여명

그대여!
살다가 힘이 들고 마음이 허허로울 때
작고 좁은 내 어깨지만 그대 위해 내 놓을게요.
잠시 그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하늘을 보세요.
나도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음에
행복해 하겠습니다.


인생의 여로에
그대의 등 위에 올려진 삶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지고
가끔 걷는 길이 험난하고
걸어온 길이 너무 멀어만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그대여!
그대의 등에 짊어진 짐을 다 덜어 줄 수는 없지만
같이 그 길을 동행하며 말 벗이라도 되어 줄 수 있게
그대 뒤를 총총거리며 걷는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무엇 하나 온전히
그대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하나 나눈다면
그대여!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벗이지 않습니까.
그냥 지나치며 서로 비켜가는 인연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왠지 서로가 낯이 익기도 하고, 낯이 설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람같이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겠습니까.
인생의 해는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더 많이 기울고 있는데
무엇을 욕심내며,무엇을 탓하겠습니까.
그냥 주어진 인연, 만들어진 삶의 테두리에서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진한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 하나 간직하면 족한 삶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바람처럼 허허로운 것이 우리네 삶이고
그렇게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서로 등지고 살일이 무에 있습니까.
바람처럼 살다 가야지요.
구름처럼 떠돌다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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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5.

 

사랑은

 

조병화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 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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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8.

 

우리의 삶은 하나의 약속이다.

 

용혜원

 

우리들의 삶은 하나의 약속이다.
장난기 어린 꼬마들의
새끼손가락 거는 놀음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다리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설혹! 아픔일지라도,
멀리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라도...

작은 풀에도 꽃은 피고
강물은 흘러야만 하듯
지켜야 하는 것이다

잊혀진 약속들을 떠올리면서
이름 없는 들꽃으로 남아도

나무들이 제자리를 스스로
떠나지 못함이
하나의 약속 이듯이,

만남속에 이루어지는 마음의 고리들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야 한다

서로를 배신해야 할 절망이 올지라도
지켜주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하늘아래 행복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어야 한다

삶은 수많은 고리로 이어지고,
때론 슬픔이 전율로 다가올지라도

몹쓸 자식도 안아야 하는 어미의 운명처럼...
지켜줄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봄이면 푸른하늘 아래
음악처럼 피어나는 꽃과 같이

우리들의 진실한 삶은
하나의 약속이 아닌가!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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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8.

사람 냄새가 좋다

공복자

사는 게 욕심이리라.
버린다고 하면서
다시 주워 모아
다시 그 자리.

얼마큼 아파야만 정말 버릴 수 있을까?

잔재 되어 있는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겨우 빠져 나왔건만
늪 속의 유혹은 미지로 향하는 호기심.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인가?
혼자서 잘 견디는 것처럼
강한 듯 하지만
빈 강정처럼 겉으로 달콤한 나인 것을

아픔의 날들이
스릴의 환상으로 변해가는가?
고통보다 미지의 세계로 끝없는 발돋움하는
그리운 사람 냄새.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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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바람의 노래 .1

김소엽

-바람의 탄생

 

나는 늘 뜨거웠고

그는 한랭기온이었지

그 사이에서 태어난 바람은

영원한 순례자가 되었다.

너는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그래서 아무리 좋은 곳에서도

금방 떠나야 하는

아, 차라리 무소유의 소유를 즐기는

너는 유정한 마음까지도 갖지 않는

한량이거나 아니면 거세된 청춘이거나

그래서 너는 울음을 삼키며 사는 것이냐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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