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5.

그리움도 사랑이다

 

박상현

 

사랑한다고
꼭 옆에 두려 하지 말고
사랑한다고
소유하려고 애쓰지 말라.
사랑은,
받고 갖는 것이 아니고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는 기쁨을 누려 보아라.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놓아두고
한 번쯤,
그리움에 빠져보자.

 

그리움은,
순수한 마음을 낳고
순결한 사랑을 만들며
감성을 살찌게 한다.

 

사랑을,
소유하려고만 해서
미움도 이별도 생기나니
무소유의 사랑, 주는 사랑,
그런 사랑 한번 해 보자.

 

주는 기쁨
보기만 하는 기쁨
느껴보지 않은 사람
그 깊은맛을 모르나니
이제라도 한번 느껴보자.

 

그리움도 사랑이니
그리움에 젖어서
이 겨울밤을 보내보자
사랑의 참 맛을 느낄 것이다.
하지 말고
사랑한다고
소유하려고 애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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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나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 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빰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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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인생의 벗

 

송여명

 

그대여!
살다가 힘이 들고 마음이 허허로울 때
작고 좁은 내 어깨지만 그대 위해 내 놓을게요.
잠시 그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하늘을 보세요.
나도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음에
행복해 하겠습니다.


인생의 여로에
그대의 등 위에 올려진 삶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지고
가끔 걷는 길이 험난하고
걸어온 길이 너무 멀어만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그대여!
그대의 등에 짊어진 짐을 다 덜어 줄 수는 없지만
같이 그 길을 동행하며 말 벗이라도 되어 줄 수 있게
그대 뒤를 총총거리며 걷는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무엇 하나 온전히
그대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하나 나눈다면
그대여!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벗이지 않습니까.
그냥 지나치며 서로 비켜가는 인연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왠지 서로가 낯이 익기도 하고, 낯이 설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람같이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겠습니까.
인생의 해는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더 많이 기울고 있는데
무엇을 욕심내며,무엇을 탓하겠습니까.
그냥 주어진 인연, 만들어진 삶의 테두리에서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진한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 하나 간직하면 족한 삶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바람처럼 허허로운 것이 우리네 삶이고
그렇게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서로 등지고 살일이 무에 있습니까.
바람처럼 살다 가야지요.
구름처럼 떠돌다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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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가정 안에 태양, 아내
안상인

부챗살 환한 번짐이
아름다운 아침햇살 받은
삶의 기상이 바쁜 일상으로
지쳐 빈정거리는 해 저무는 저녁,

가정 안에 떠오르는 태양,
아내는
호롱불 같은 온화한 빛으로 데운
아늑한 방안 공기를 조성하여
피곤한 하루를 위안으로
넌지시 보듬어 주어

삶의 안전지대를 이루면서
온갖 정성 담아서
소담하고 푸짐한 식탁을 베풀어
입 즐겁게 식욕을 채워주고
남편과 아이 기 살리기 위해
사랑 고운 빛깔로
얘기 꽃 환히 피워
활력을 주는 내조로
행복한 가정을 일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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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사랑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 내립니다

 

최옥

세상의 시인들이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로
수많은 시를 쓰듯이

살아가는 동안
행여 힘겨운 날이 오거든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로
길을 찾아 가십시오

시인들의 시처럼
길이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

사랑은 마음 속에
저울 하나를 들여 놓는 것
두 마음이 그 저울의
수평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눈금이 기울어질 때
기울어지는 눈금만큼
마음을 주고받으며
저울의 수평을 지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꽃처럼 고운 날도 있지만
두 사람의 눈빛으로
밝혀야 될 그늘도 참 많습니다

사랑한다면
햇빛이든 눈보라든 비바람이든
폭죽처럼 눈부시겠고
별이 보이지 않는 날,
스스로 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공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아득해질 때
당신이 먼저
그 빗방울이 스며들 수 있는
마른 땅이 된다면

사랑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 내리는 나사말처럼
어디서든 길을 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보물섬 지도보다 더 빛나는
삶의 지도를 가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당신이 있어 세상은 정말 살만 하다고
가끔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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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천년을 살아도

 

이정규

 

천년을 살아도
활짝 핀 꽃잎처럼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국화꽃 향기 그윽한 당신이라면
천년이라는 세월도 길지만은 않을테니까요

천년을 살아도
당신이기를 원합니다.
투명한 수정처럼
함박웃는 얼굴엔 미소짖는 입술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요

 

천년을 살아도
사랑하는 님이기를 바랍니다.
별빛같이 초롱한
까아만 눈동자엔 순수함이 엿보이고
언제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
눈빛이랍니다

천년을 살아도
나의 동반자 이기를 묻고 싶습니다.
뜨거운 용광로처럼
그대 손길에는 그대만의 열정이
내 마음을 녹이는 사랑의 훈기가 피어 납니다
천년을 살아도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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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새와 나무

-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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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5.

 

 

따뜻한 손처럼

 

용혜원

 

그리운 사람아!눈감아도 눈떠도 생각만 나던날아름다운 친구야!혹시 만날까 나선 거리갈곳 다 가보아도 못 만나던 날울고 있던 내 마음 무어라 말할까?

 

친구야!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던 우리온 세상 우리들 것만 같았지.

 

친구야!생각에 잠겨 거리를 걷다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너라면얼마나 반가울까?우리는 갑자기 힘이 솟을꺼야그땐 마주잡는 손도 더 따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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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4.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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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4.



바람 부는 날의 꿈

 

류시화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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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서시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니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항해떤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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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산이고 싶어라

 

서정원

 

찌들고 찌든
삶의 먼지 다 털어내고
파아란 바람으로 휘파람 불며

가슴 가득 맑은 공기 채우는
산이고 싶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 팔을 벌리고
온 몸으로 차별없이 반기는
산이고 싶어라

꽃이 피면 그 발아래
향기를 깔고

세상에 눈 멀고 귀먼
산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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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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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너를 위한 노래

 

신달자

 

동트는 새벽에
시의 첫줄을 쓰고
불꽃으로 잦아드는 석양에
시의 마지막 줄을 끝내어
어둠 너울대는 강물에 시를 띄운다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몰라
강물따라 가노라면 너 있는 곳
바로 보이는지 그것도 몰라
다만 나 지금은
내 몸에서 깨어나는 신선한 피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처음 떠오르는 말을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전하고 싶다

하루 한 편의 시로
광막한 사막의 모래바람 냉정히 떠나 보내고
맨발로 자정의 거리 헤매는 광기
고요히 작별하고
머리카락 물에 잠기는 탐욕도
등 문질러 달래우고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조금씩 다가가
신선한 발자국 소리로 너에게
그윽이 배어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어둠의 강에 조금씩 내 살 허물고
내 굽은 뼈 사정없이 다듬어서
상아피리 같은 맑은 혼의 소리를 자아내는
너를 위한 노래 하나쯤 만들고 싶다
네 영혼이 깨어 더듬어 내게 이르는....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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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그 길은 아름답다

 

신경림

 

산벗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책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렸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렸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을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 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뿔, 창작과 비평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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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마음이란

 

원성스님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 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도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 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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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모래시계

 
김인성
 
모래시계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한 쪽을 비워 다른 한 쪽을 채우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대의 부족한 부분은 나의 넘치는
부분으로 채워주고
그대의 넘치는 부분은 나의 부족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하나로 섞일 수 있는
모래알처럼
한 세월을 엮어 기다려야 할지라도
성급함으로 끝나버릴 사랑이 아닌
영원한 사랑으로 그대와 섞이고 싶다.
아무리 하나 되길 원치 않아 뒤집어 놓을지라도
결국은 또 다시 하나가 되는
그런 모래시계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세월의 풍파에 뒤집히고 흔들릴지라도
결국은 항상 하나로 존재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우리 하나 됨이 그 누군가에게도
소중하게 여겨질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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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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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9

 

하늘 냄새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그 사람에게서하늘 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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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9.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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