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2.

 

 

중년의 연가

 

이효녕

 

발 밑에 그리움 깔아두고
아름다운 사랑이면
몇 번은
그대위해 꽃밭이 되드릴 수 있겠지

녹음 진 잎사귀 꽃이 필 때처럼
서로 향기로 날리는 꽃밭처럼
바람소리가 그려낸 악보처럼
내 생애에 아름다운 사랑
언제 아름다운 노래가 될까

이 지상
사랑의 언어들이 다 모인 내 몸
여름밤처럼 깊고 깊은 그대 마음
은하수에 별무리로 반짝일까

나이 먹는 일이 조금은 슬퍼도
진홍빛 마음의 그윽하게 담긴
노을도 때로는 무척 아름답겠지.

눈앞에 펼쳐진 모래사막 건너
그대 입김처럼 전해지는 밤
꽃잎으로 떨어지는 추억을 다듬어
뼛속까지 울리는 가슴의 떨림
가는 세월 빈자리마다 향기가 모인
진정 그대의 사랑을 위한
황홀한 노래르 부르고 싶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11.

 

 

너에게 띄우는 글

 

이해인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봄에게

 

고명

 

어린나무만
싹을틔우는것이아니란다
초록나무만이
꽃을피우는것도아니란다"

빨랫줄동여맨늙은감나무에
새잎돋아나는걸보아라
벚꽃고목등걸에피어나는
저새꽃눈을보아라

팔순울어머니
가랑잎앙가슴에도

비인하늘에도
진달래꽃달래연분홍
꽃순아기자기피어나는걸보아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그대 생의 솔 숲에서

 

김용택

 

나도봄산에서는
나를버릴수있으리
솔이파리들이가만히이세상에내리고
상수리나무묵은잎은저만큼지네
봄이오는이숲에서는
지난날들을가만히내려놓아도좋으리
그러면지나온날들처럼
남은생도벅차리
봄이오는이솔숲에서
무엇을내손에쥐고
무엇을내마음가장자리에잡아두리
솔숲끝으로해맑은햇살이찾아오고
박새들은솔가지에서솔가지로가벼이내리네
삶의근심과고단함에서돌아와거니는숲이여거기이는바람이여
찬서리내린실가지끝에서
눈뜨리
눈을뜨리
그대는저수많은새잎사귀들처럼푸르른눈을뜨리
그대생의이고요한솔숲에서

<scrip

</scrip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어머니의 마음
양주동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깍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 없어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엄마와 나

 

신현득

 

내가 옥수수로
태어났을 때
엄마는
옥수수나무가 돼 주었다.

 

우리 형제를
가슴에 안고
잎으로 그늘 지워
잠 재워 주었다.

 

내가 대추가 돼
열리고 싶을 대
엄마는
대추나무가 돼 주었다.

 

우리 여러 형제를
가지 끝에 달고
햇볕에 흔들며
자랑해 주었다.

 

엄마야 다음에는
새가 될란다.
그 때도 엄마는
엄마새가 돼 있으마.

 

엄마야
내가 바위가 되면?
더 큰 바위로
네 곁에 있지.
우리가 하늘에서
별이 돼 뜰 때
조무라기 별을 돌보는
달이 돼 뜨지.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8

 

그이가 당신이예요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 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가장 나를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 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날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새가 되고 싶어라

 

홍수희

 

당신은
침묵하는 오래된 나무

쓸쓸한 천 년이
또 흐른 뒤,

변함없이
거기 서서 애만 태우실

위엄 있는 눈빛과
무거운 어깨

그러나 도무지 늙지 않는
당신의 사랑,

하루가 가고 또 오나니
불타는 덤불 속
목젖이 타는 그리움이여!

차라리
나 새가 되고 싶어라

당신의 무성한 나뭇가지 위
금빛 지푸라기 물어다 날라

얌전한 둥지 하나 만들어
밤낮없이 지절대는

당신의 노래가 되고 싶어라
뜨거운 노랫말이 되고 싶어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인생

 

김초혜

 

길을 떠나기 전에
묻고 싶었으나
길을 떠난 후였고
길을 걸을 때
묻고 싶었으나
숨이 가빴습니다
지금
길이 없기에
길을 잃지 않습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농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은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벗에게

이해인



마주앉아말없이흐르는시간이
결코아깝지않은친구이고싶다.

아이스크림을먹고싶다고했을때
유치해하지않을친구이고싶다.

울고싶다고했을때충분히거두어줄수있고
네가기뻐할때진심으로기뻐해줄수있는친구이고싶다.

비록외모가초라해도눈부신내면을아껴줄수있는친구이고싶다.

별이쏟아지는밤거리를걸어도실증내지않을
너의친구이고싶다.

'안녕'이란말한마디가너와나에게는섭섭하지않을
그런친구이고싶다.

'사랑한다'는그한마디가눈물겹도록
소중한친구이고싶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5. 3.

 

 

푸른 오월

 노천명

 

청자(

靑瓷

)빛 하늘이
육모정[

六角亭

]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正午

)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4. 23.

 

 

 

 

내 소망 하나

 

유안진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부릴 수 있는
내게 더 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 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예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겉모습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마디의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 주고
주제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은 저녁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이 취해
세상에 큰소리 칠 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의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4. 23.

 

 

돌아올 수 없는 세가지

 

용혜원

 

세상에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입에서 나간 말입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둘째는 화살입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셋째는 흘러간 세월입니다.
흘러간 세월은 흐르는 물 같아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런데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반성이라는 법정에 서서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무엇을 잃었으며 또한 무엇을 얻었는가?
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얻은 것에 감사하고
잃은 것에 대해 반성할 때 세월은 다만
흘러가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4. 19.

 

 

사랑의 화살

 

 

정호승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온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사랑한다고

내 청춘의 광장에 토대된
그대를 황홀한 마음으로
힘껏 안을 수 있다는 것을
삶에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삶에 남겨지는
발자국도 하나가 아닌 둘로
이어져 나갈 수 있으니

사랑하는 이여
그대가 이 지상에 있는 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미
사랑의 화살을 당겼습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4. 19.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아시나요?

종일토록 아무 생각없이 태양만 바라보고 있어도

그대가 태양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해바라기는

여름이 다 가도록 그대 집 마당 가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 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겨울이 너무 깊어 사랑조차 증거가 인멸 되었습니다.
올해도 무기질의 시간이나 파먹으면서 시정잡배로 살았습니다.

법률은 개뿔도 모르지요.
그래도 희망을 목조르지는 않았으므로
저는 무죄를 주장합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



2009. 4. 19.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