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8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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