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강원도 영월군 선암마을이 눈에 덮여 고즈넉하다. 사진제공=고주서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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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이 동강과 서강, 태백산과 치악산 등 수려한 자연으로 관광, 레포츠의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영월은 석탄과 텅스텐 등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산업화의 원동력을 제공했던 곳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와 중국의 저가 텅스텐 수입 등으로 침체상태에 빠졌다.
◆볼거리=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영월은 ‘도시의 때’가 덜 묻은 지역이다. 자동차로 영동고속도로 남원주IC에서 중앙고속도를 타고 신림IC에서 빠져나와 20분쯤 걸리는 주천면은 도시화가 80년대에서 멎은 듯 쇠락한 느낌이다. 면소재지에는 40년이 넘은 양복점과 전방(가게) 등이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낡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5일마다 열리는 주천장에서는 가마솥과 호미, 털신 등 도시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주천강에는 콘크리트 다리가 등장하기 전인 70년대까지 흔했던 섶다리가 복원돼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주천면에서 자동차로 영월 쪽으로 5분 정도를 가면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 지구상에서 자국 영토 모양을 나타내는 지형을 가진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한반도 지형은 책박물관 입구에서 ‘선암마을(한반도 지형)’ 안내판을 따라가다 관광도로를 개설하려고 산을 절개한 공사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10분쯤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영월군은 한반도 지형을 가로질러 관광도로를 개설하려 했지만 사진작가 고주서(49)씨 등이 한반도 사진을 무료로 돌리며 환경 훼손을 반대해 공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서강의 침식으로 생긴 한반도 지형은 동고서저의 한반도 형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동해 쪽에는 작은 바위 2개가 있어 울릉도와 독도를 연상케 하고, 북쪽에는 현대시멘트 공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 두만강에서 바라보는 중국 단둥(丹東)시의 모습이다.
선암마을에서 자동차로 40분쯤 떨어진 곳에는 조선민화박물관(www.minhwa.co.kr)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선돌(立石)을 보면 좋다. 서강변에 자리잡은 선돌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내리쳐 둘로 쪼갠 것처럼 우뚝 서 있다. 높이가 70m나 되는 선돌은 서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김삿갓계곡에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은 화조도와 신선도, 어해도(魚蟹圖·물고기와 게 그림), 문자도(그림으로 글자를 표현한 것) 등 320점의 민화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그림으로 그린 ‘구운몽도’를 소장하고 있다. 이 그림은 채색을 하면서 금가루를 사용해 왕의 하사품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일제 때 국외로 유출됐다 10여년 전 미국 소더비경매에 나온 것을 관장 오석환씨가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오씨는 “민화는 내용을 담아서 그린 뜻 그림”이라며 “잘 그린 것보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민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민화는 잡귀 등을 막는 벽사(壁邪)사상을 표현한 것이 많지만 다산과 융합, 장수 등 다양한 주제로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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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영월은 물가가 싸다. 특히 먹거리를 살 땐 저렴한 가격에 눈과 귀를 한번쯤 의심하게 된다. 주천면의 신일식당(033-372-7743)은 메밀부침 한 장에 500원을 받는다. “이렇게 싸게 받아도 남느냐”는 질문에 주인 임덕자(58)씨는 “몇 년 전까지는요 1000원에 3장 했는데, 지금 많이 오른 거래요”라며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말했다. 신일식당은 강냉이로 만든 ‘올창묵’이 2500원, 메밀묵이 3000원 등으로 저렴하다. 찐빵 하면 ‘안흥’을 떠올리지만 ‘주천옛찐빵(372-4936)’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주천찐빵은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촉촉해 빵을 먹고 난 뒤 목이 막히는 느낌이 별로 없다. 또한 팥소가 빵하고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어 찐빵을 먹을 때 단맛을 강하게 느낀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인 김영섭(47)씨는 “제과점 등에서 빵을 20여년간 만들면서 반죽을 잘하면 빵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수줍게 말했다.
2500원을 내면 옥수수빵과 쑥빵, 찐빵 등이 섞여 10개나 나온다. 인근 충북 제천시와 평창 등에서도 단골 손님이 있는데, 찐빵을 한번 먹어본 관광객들은 영월을 지날 때 꼭 이 가게에 들러 사간다고 한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가 된다.
‘주천뚝배기(372-7779)’는 순대와 순대국밥 등을 맛있게 한다. 순대는 시래기와 선지, 찹쌀 등 10여 가지를 넣고 만드는데, 맛이 부드럽고 돼지 누린내 등이 나지 않는다. 주인 손영희(50)씨는 “시어머님한테서 순대 만드는 법을 배워 장사한 지가 20여년이 됐다”며 “순대는 매일 시장에서 돼지 소창을 사다가 만들어 판다”고 말했다. 순대국밥 3500원, 순대 5000원.
영월=글·사진 신진호기자/ship6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