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undayseoul.net/2004/?idx=11
![](http://sundayseoul.net/2004/photos/news/t/11/11-20040407110939.jpg)
우리 땅, 우리 역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중이고 일본은 독도 우표발행을 계기로 독도영유권을 놓고 또다시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 땅 바로 보고 제대로 알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
마침 강원 영월에 우리 땅을 그대로 닮은 '작은 한반도'가 있어 눈이 녹기 전 서둘러 달려가 보았다. 주위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푸짐하고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적당하다.
선암마을에는 한반도가 있다
대개 강을 품은 지역은 경관이 수려하다. 강원도 영월에는 강이 많다. 제법 규모를 갖추고 산과 들을 안고 있는 강만 해도 동강 서강 주천강 평창강 등 4개나 된다.
이 가운데 서강 주천강 평창강이 흐르는 영월의 북서쪽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비경들이 수두룩하다. 서강이 산과 들을 만나 궁궁을을(弓弓乙乙) 휘돌며 빚은 비범한 곳이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이다.
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에서 나와 88번 도로를 타고 영월 쪽으로 방향을 틀면 주천면을 거쳐 서면을 지나게 된다. 면소재지에서 5분 정도 더 가면 영월로 통하는 배일치터널 조금 못미친 삼거리에 '선암마을' 표지판이 나온다. 하지만 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마을로 들어가지 말고 마을 건너편에 있는 소나무산에 올라야 한다.
선암마을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소나무산 북쪽 절벽. 절벽 아래로 서강이 'U'자로 흐르고 'U'자 안에는 '작은 한반도'가 들어 있다. 하얀 눈으로 살짝 덮인 지형은 '한반도 지도'와 너무나 똑같다. 강은 굽으면서 동해 남해 서해를 만들고 뭍은 전형적인 동고서저의 형태. 동쪽에는 백두대간을 연상하게 하는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고 경기도와 충청도 서쪽 바다에는 넓게 드러난 갯벌도 있다. 또 동해 쪽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닮은 듯한 작은 바위도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휴전선.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분단된 국토가 아닌 남북이 하나된 국토, 바로 '통일 한반도'다.
이뿐 아니다. 시선을 좀더 위쪽으로 두면 고구려인이 주인이던 '잃어버린 땅' 간도도 찾아볼 수 있다. 한반도와 간도까지 포함하는, 역사 속에 검증된 '민족의 영토'가 거기 있는 것이다. 고구려사를 빼앗으려는 것이 한반도 통일 후 제기될지 모를 간도영유권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는 포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월 서강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자를 아슬아슬한 절벽 가까이 이끌며 촬영 포인트를 짚어준 영월 출신 사진작가 고주서 씨(49)는 "바라만 봐도 국토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곳"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우리 땅과 우리 역사를 놓고 망언을 일삼거나 왜곡을 하는 이 때 찾아보면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이 곳에서 한반도 지형을 전문적으로 찍는 작가로 지금까지 7만컷 이상 촬영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한반도 지형에 대한 사랑은 남달라 항상 목욕재계하고 산에 오를 정도다.
안타까운 점은 관계 당국의 무관심과 석회석 채굴로 한반도 지형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는 것. 공교롭게도 중국 러시아 일본에 해당하는 위치에 시멘트 공장들이 포진하고 있어 마치 열강의 침탈이 극에 달했던 구한말 역사를 보는 것 같다.
또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은 절벽 바로 위로 무척 위험한 편이다. 요즘은 제법 알려져 눈 내리는 겨울에도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안전로프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위험 표지판조차 없다.
여름이면 쓸려가던 그 다리... 300년 만에 복원
영월은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특히 영월 서북쪽 서면 주천면 수주면은 서강 주천강 평창강이 굽이쳐 흐르는 지역으로 영월군민들은 이곳 3개면을 한데 일컬어 서삼면으로 부른다.
서삼면은 풍광이 수려한 강마을이다. 무릉 도원 운학 선암 주천 등 마을 이름들마저 선계를 떠올리게 할 정도. 이 가운데 술이 솟는 샘이 있다 해서 이름도 주천(酒泉)인 주천면에는 운치 있는 다리가 있다. 콘크리트 다리가 놓이기 시작한 70년대 이전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섶다리가 그 것.
섶다리란 'Y'자 형태의 버드나무나 참나무 가지를 잘라 거꾸로 세워 다릿목을 만들고 그 위에 솔가지를 얹은 뒤 뗏장을 덮어 만든 임시 다리. 그나마 여름철에 큰 물이 지면 떠내려가 버려 가을철에 지어 이듬해 봄까지 썼다.(섶다리가 없는 여름에는 줄배가 대신했다.)
요즘 주천리에서는 두 곳에서 섶다리를 볼 수 있다. 평창강 쪽 판운리 섶다리와 면소재지인 주천리에 놓인 쌍섶다리.
주천 쌍섶다리는 숙종 때 단종릉 참배길에 오른 신임 관찰사를 위해 주천강을 두고 마주보는 주천리와 신일리 주민들이 각각 섶다리를 하나씩 놓아 가마도 건널 수 있게 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지난해 연말 주천 출신 기업인 최계경 씨(계경목장 대표사원)의 주도로 300년 만에 복원됐다.
판운리 판운쉼터 앞에 놓여진 섶다리는 이보다 앞서 지금부터 4년 전 마을 노인들이 강촌 정취를 보러 오는 외지인들에게 판운리 특유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재현을 시작했다. 이후 판운리 주민들은 해마다 11월이면 잔치와 함께 다리를 놓고 있다.
눈이 오거나 서리가 내린 날 아침 강과 섶다리가 연출하는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처럼 그윽하고 정겹다. 시린 강바람에 손을 호호불며 다리를 건너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강물처럼 떠나가 버린 옛날 우리들의 겨울을 보는 것 같아 은근히 미소가 감돈다.
한편 섶다리가 있는 주천리와 판운리 주민들은 내달 20~21일 흥겨운 섶다리 축제를 열어 외지 사람들을 부를 계획이라고 한다.
일간스포츠 / 전인엽 기자 (trison@ilgan.co.kr)
'관련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이 즐겁다] 영월 서강 (0) | 2006.08.26 |
---|---|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에 무궁화 식재 (0) | 2006.08.19 |
[나들이]어린반도 품에 안고 뉘를 기다리나…영•월•冬•畵 (0) | 2006.08.15 |
통일된 한반도, 영월 가면 볼 수 있다 (0) | 2006.08.15 |
3면이 강, 신비스런 ‘한반도 마을’ (0) | 200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