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 동강 만큼이나 아름다운 서강이 휘돌아 흐르는 강마을이다. 마을 뒤쪽으로는 제법 높다란 도덕산(508m)을 등지고 있고 강건너는 깎아지른 벼랑이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벽촌이지만 마을 앞 남산 줄기는 신비스럽게도 한반도를 빼닮았다.
마을에 들어서면 수수밭이 가득하다. 어른 키보다도 더 큰 수수가 바람에 출렁이며 파도소리를 낸다. “껍질을 벗겨내고 수수깡에 물을 들여 장난감을 만들었는데…”. 웬만한 산골에서도 보기 힘든 붉은 수수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3만평의 밭뙈기 중 절반 정도가 붉은 수수밭이다.
밭고랑 끝머리에 있는 강변길을 따라 종만봉에 오르면 한반도 모양의 남산재를 볼 수 있다. 종만봉은 한반도 모양의 산세와 선암마을의 수려한 풍광을 외부에 알린 고 이종만씨(올해초 작고)의 이름에서 따왔다. 산길이 약간 가파른 편. 중간에 매놓은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거리는 멀지 않아 10분 정도만 땀을 흘리면 남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자나 아이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산은 영락없이 한반도이다. 강줄기는 S자형의 산자락을 에돌아 흐른다. 푸른 물살이 바위벽에 부딪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은 꼭 동해안에 몰아치는 파도 같다. 남쪽으로는 모래밭까지 있다.
강변 앞에 놓인 나룻배를 타고 건너면 ‘한반도’에 올라설 수 있다. 시멘트 포장이 된 길이 남산 능선과 연결된다. 능선은 ‘한반도’의 등뼈로 이어진다. 그늘진 소나무길을 조금만 들어가면 좌우로 강이 펼쳐진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강물이 가을하늘 만큼이나 파랗다. 마을사람들은 강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솔밭능선을 ‘신선놀음터’라고 한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암마을이란 이름도 마을 앞의 뼝대(절벽) ‘선암’에서 따왔다.
#선암마을
“토박이들이야 그저 경치좋은 곳 쯤으로 생각하고 살았지요. 그런데 서울사람들은 이런 곳이 없다고 감탄합니다”
4대째 토박이로 살아온 이장 서현석씨(37)는 1년 전쯤부더 외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고 말해준다. 처음 선암마을은 유쾌하지 못한 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월군이 서강 상류인 서면 덕상리에 쓰레기매립장을 설립하고 있기 때문. 매립장 예정지에서 8㎞ 정도 떨어진 선암마을은 서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즐비한 기암절벽을 따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처음에는 쓰레기장 문제로 환경단체와 학자들이 주로 찾아왔지만 요즘은 ‘한반도 트레킹’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많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영월에서도 보기 드문 궁벽한 ‘깡촌’이었던 곳. 주민이라고는 10가구 30여명이 전부다. 담배 한갑 살 수 있는 구멍가게도 없다. 2년 전에야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뚫렸다. 그나마도 비포장길. 그전에는 나룻배를 타야 장에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나면 등교를 포기하곤 했다. 평소에도 마을 앞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남산재를 지나 학교가 있는 신천리까지 40여분씩 걸어다녔다.
물이 마르는 겨울철에는 경운기나 지프로 건널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한철. 그래서 길이 뚫리기 전까지는 해마다 섶다리를 놓았다. 마을은 한때 30여가구에 달했지만 대부분 70~80년대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났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 길이 뚫리고 살 만해지니 상류에 쓰레기장을 만든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이 지역 석회암 지형의 특성상 쓰레기 침출수가 스며들면 선암마을 주민과 영월 사람들의 식수원인 서강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강
서강은 주천강과 평창강이 합해지는 서면 신천리에서 시작된다. 선암마을 앞이 서강 첫머리. 청령포를 휘돌아 흐르다 영월읍 합수머리에서 동강과 합해 남한강을 만들어낸다. 동강이 남성적이라면 서강은 여성적이다. 능선이 동강과 달리 날카롭지 않고 날씬하다. 뼝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선암마을은 동강의 어라연에 견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의 뼝대가 한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옛날에는 주변 밭뙈기의 절반 이상이 울창한 솔숲이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샘물 대신 아직도 강물을 그대로 떠먹는다. 샘물은 석회질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강물이 더 낫다. 물은 말할 것도 없이 1급수. 어름치와 버들치, 쉬리가 산다. 겨울이면 얼음장을 메로 쳐서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기도 한다. 서강에도 동강 만큼이나 희귀동물이 많다. 마을 앞에 떡 버티고 서있는 벼랑에는 자그마한 수달동굴이 있다. 모래밭에는 요즘도 수달의 발자국이 또렷하게 찍힌다고 한다. 원앙이와 황조롱이, 물총새, 물까마귀도 서식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서강이 동강 못지 않게 아름다울 뿐 아니라 희귀동물이 보금자리를 튼 ‘생태박물관’이라고 자랑####磯?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남산 자락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과 강이 산태극, 수태극으로 흘러내린 강마을. 신비스러운 자연이 깊은 산골에 숨어있다.
■ 경향신문
▲여행길잡이
영동고속도로~남원주IC~중앙고속도로. 신림에서 내리자마자 좌회전, 영월쪽 88번 도로를 탄다. 주천에서 영월 방향으로 가다보면 신천리. 재를 넘어 당마루 휴게소를 건너서 조금만 가면 쌍용자원개발 표지판이 보인다. 신천에서 쌍용자원개발 3거리까지는 3.5㎞. 쌍용자원개발 쪽으로 우회전해 가다보면 오른쪽에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이라는 간이표지판이 보인다. 비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면 강변 방향과 마을 방향 길이 갈라진다. 3거리에서 왼쪽 강변길을 따라가면 전망대격인 종만봉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갈림길이 나오지만 모두 종만봉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은 없다. 트레킹을 하려면 마을 강변의 거룻배를 타고 건너 오르면 된다. ‘한반도’를 둘러보는 데는 왕복 3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는 맛집이 따로 없다. 당마루휴게소가 가장 가까운 식당. 백반을 시키면 청국장이나 김치찌개, 된장찌개 중 하나를 내놓는다. 음식맛이 깔끔하다. 휴게소 문앞에 선암마을로 들어가는 약도가 간단하게 그려져 있다. (033)372-6134. 여름에는 마을사람들이 민박을 했지만 해수욕장이나 유원지처럼 민박용 객실을 따로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다. 영월읍내에서는 터미널 뒤 동아파크모텔이 깔끔하다. 373-2563
선암마을에서 재배한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를 살 수 있다. 고구마 10㎏ 1만원, 감자 20㎏ 1만원. 옥수수 30개 1만원 정도. 이장집 372-2469.
영월읍 쪽으로 가다보면 책 박물관이 있다. 국내의 희귀서적을 모았다. 소나기재 정상에 선돌이 있다. 집채만한 바위가 갈라져 우뚝 서 있다. 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소나기재를 내려서면 영월 장릉. 조선왕실에서 유일하게 경기도 밖에 있는 단종임금의 능이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돼 갇혀있던 곳으로 울울한 솔숲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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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선암마을은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아름답게 지켜나가야 할 자산입니다. 이 블로그가 한반도지형을 찾는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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