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주간조선 2002.1.17 1687호 94P





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1061201012726001001

<시민파워>
‘동강·서강 지키기’ 15년 카메라로 환경파괴 고발
이시영기자 sylsyl@munhwa.co.kr
비경인 동강과 서강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의 사진동아리 영월예사회 회장 고주서(46·영월군 영월읍 영흥10리)씨는 알려지지 않은 영월의 환경지킴이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그는 사진기 한대로 15년째 동강과 서강에 대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젊어서부터 영월의 자산은 동강과 서강 뿐이라고 생각한 고씨는 비경을 담아 관광책자를 만들기 위해 사진기 한대를 메고 영월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지난 86년 서강 상류인 남면 북쌍리 갈골 도축장에서 소·돼지를 도축한 폐수를 밤에 몰래 방류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장도 그냥 흘려보내고 심지어 여름철 장마때는 소머리 등을 마대에 넣어 그대로 떠내려 보낸 것이 서강 강변에서 발에 밟히기도 했다. 영월의 생명줄인 강이 썩어간다는 생각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현장을 수십장의 사진에 담은 뒤 도축장을 찾아가 부탁 반 위협 반으로 도축폐수 방류를 막았다. 이어 93년에는 도축장에서 상류로 1㎞ 더 올라간 영월군분뇨처리장에서 제대로 정화처리 안 된 폐수를 그대로 계곡물에 방류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군청에 항의했다. 이후 고씨는 군청의 기피인물이 됐다.

99년에는 동강을 살리기 위해 어라연에서 살다시피 했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매일 아침 건빵 한봉지와 페트병에 넣은 보리차를 갖고 어라연으로 ‘출근’했다. 시내에서 섭새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간 뒤 험한 산이라 차가 못다니는 어라연까지는 1시간30분동안 걸어서 올라갔다. 관광객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래프팅 가이드들에게는 물가의 비오리와 물속의 어름치산란탑 보호를 위해 큰소리를 내지 말고 강 가운데로 래프팅할 것을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뻔한 봉변도 여러번 있었다. 전국의 사진작가와 언론사들에 동강을 살리자는 내용의 사진들을 제공해 동강댐건설논란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서강쓰레기매립장 건립반대 운동 과정에서 서강변인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선암절벽을 처음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통일된 형태의 한반도 형상이어서 마치 민족의 성지를 보는 듯 했다는 고씨는 이곳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반도지형 사진을 대량으로 복사해 영월군과 서울시 일대에 배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5만2000여장을 배포했는데 비용이 1500여만원이나 들었다. 동강과 서강을 쫓아다니다 환경과 생태계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됐다는 고씨는 요즘 심각한 가뭄에 대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강가 숲과 자갈, 모래밭을 다 없애면서 제방을 쌓아 강의 자연저수기능을 죽인 것도 하천 고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몇억원짜리 농지 보호를 위해 몇십억원 들여 제방을 쌓지 말고 그 돈 일부로 농지를 사들여 자연적으로 하천이 범람할 수 있게 하는 친환경적인 제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이시영 기자 sylsyl@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1-06-12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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