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동ㆍ식물 2006. 11. 11. 00:41

60년대 우리 농촌의 생활은 그야말로 궁핍했었던것 같다.

그 시절 유년의 봄을 생각해 보면 산과 들로 먹거리를 찾으러 다닌 기억들이 빼곡하다.

언땅이 다 녹기도 전에 냉이와 달래를 캐러 다니고,

온 산을 진달래가 물을 들이면 그 꽃을 따 먹었다.

우리는 진달래를 창꽃이라 불렀다.

그러다 하얀 찔레꽃이 산을 덮으면 찔레꽃을 따먹고,

꽃이 지고 줄기가 자라면 찔레를 꺾어서 먹었다.

고양이 밥과 시금치라는 풀이 있었는데 그것을 뜯어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골의 봄은 늘 풍족했다. 한가지가 지나가면 또 새로운 것이 나왔다.

따먹을 꽃들이 지고 나면 칡뿌리를 캐러 다녔다.

칡은 뿌리가 길고 깊게 뻗어 있어 캐기가 쉽지 않았다.

곡갱이를 주로 사용했는데 땅이 모질어 곡갱이 자루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캐서 먹는 재미도 한몫했지만 그 보다도 친구들 끼리 어울려 다니는 재미에 더 푹 빠졌었던 것 같다.

그때 벌써 울력이라는 것을 실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럿이 모여 칡줄을 걷어내는 아이, 칡뿌리를 캐는 아이, 캔 칡을 짤라내는 아이

따로 분담하지는 않았지만 알아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는칡을 각자 몫을 나누어서질겅질겅 씹어 칡물을 내어 먹었다.

손이랑 입술은 갈색으로 물이 들었다.

그때는 쓴줄도 모르고 먹었다.

그것도 싫증이 날 즈음이면 산딸기가 익고 오디가 익었다.

밀밭의 밀도 누렇게 익었다.

그때는 껌도 귀했다. 풍선껌 한번 사면 며칠씩 씹었다.

산에가면 쫀뜨기라는 열매가 있었는데 그 껍질을 까면 하얀 막이 나오고

그 앏은 막을 벗겨서 여러개를 모아껌처럼 씹기도 하고

밀을 한입넣어 오래 씹으면 껌처럼 쫀득쫀득해 지는데 그 질감을 껌처럼 즐겼다.

칡꽃을 촬영하면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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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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