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0

 

 

 

부부

 

이기철

 

이 세상 가장 비밀한 소리까지
함께 듣는 사람이 부부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란히 수저를 들고
밥그릇 뚜껑을 함께 여는 사람.
이부자리 속 달걀만한 온기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저녁놀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하루를 떠나보내는 사람.

적금통장을 함께 지니고
지금은 떠나있어도 아이들 소식 궁금해하는 사람.
언젠가 다가올 가을 으스름같은 노년과
죽음에 대해서도 함께 예비하는 사람.
이 나무와 저 나무의 잎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때
살 닿음의 온기 속에 서로의 등을 뉘이며
머리카락 스쳐간 별빛을 함께 기억하는 사람.
이 나무와 저 나무처럼 가장 가까이 서서
먼 우레를 함께 듣는 사람.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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