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

새해에 부치는 네개의 소원

 

윤석산

 

 
새해에는 사람들 서로 미워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없는 자들 업신여기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새해에는 다시금 자신이 분노의 폭탄이 되어
고층 빌딩에 부딪는, 그런 일 없게 해 주십시오.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는 나날이 황폐해지고,
폐수와 오물, 숨어 흐르는 복개천(覆蓋川) 위로는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인간의 빌딩들,
새해에는 사람들, 그 폐수와 오염이 자신들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새해에는 거짓과 사기로 스스로를 불려나가는 마이더스의 손,
그 손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목 졸라매지 않게 해 주십시오.
꿈에도 듣도 보도 못하는 ‘억, 억’ 하는 소리에 서민들
가슴 덜껑 떨어지게 하지 마옵소서.

해마다 철새들 찾아오는 한강 밤섬, 그 옆 여의도
더 큰 철새들 내려앉아 떠나지 않는 섬.
새해에는 훌훌 떠나, 오욕(汚辱)의 깃털 떨어버리고
더 큰 하늘 속, 아득히 비상(飛翔)하는 새들로 날아오르게 해 주십시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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