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5.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이훈식
죽어있던 신경 세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릎 세우고 일어나 듯
박하향 환한 기쁨으로
나를 깨운 당신은
하얀 햇살
눈밭에 구르던 이야기였고
달빛 꺾이던 날
살밑에 숨겨 두었던
기억이었습니다
내 속을 다 비우지 못하고
슬픔을 슬픔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씹어 보려던 날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울던 바람 소리
또한 당신이었고
별빛도 길 잃은 어둠속
늘 떠났다 다시 되돌아 오는
걸음이었습니다
버리는 것이
곧 새로운 얻음이라 하지만
피할 길 없는 세월로 다가 온
당신이여
빛나는 형벌처럼
온 몸 떨리는 고뇌 앞에
외로움마저 머물지 못하는
빈 가슴 하나로
당신을 사랑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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