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3.

 

작은 시작

 

박종화

한 알의 씨앗이 있음에
저 아름드리 나무도 있다는 걸
우리는 가끔씩 잊고 살지
어쩌다 한번쯤 생각이 나도
몰래 지우려 하지
모래알처럼 초라해 보이는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주위를 둘레둘레 눈치 보기도 하지

세상이 만들어 논
거대한 나무숲에 앉아
제 멋대로 키를 재고
제 멋대로 큰 숲이 되려 하다보면
소중한 씨앗의 흔적은 사라져 버리기도 하지

나무는 씨앗으로 자라는 것
나무도 사람도 저 아름드리가 되고 나면
오늘의 초라함들도 살포시 웃어 줄 것을
애써 지우려하지
한심한 줄도 모르고
스스로를 깨끗이 지우려하지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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