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7.

당신과 나의 나무 한 그루

 

도종환

노래가 끝나자 바람소리가 크게 오네요
열어둔 창으로 솨아솨아 밀려오는 바람처럼
당신의 사랑은 끊임없이 제게 오네요
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있어도
나뭇잎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흔들리며
아주 가까이 당신의 사랑은 제게 와 있어요
어떤 날은 당신이 빗줄기로 나뭇잎을 하루종일 적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거센 바람으로 잎파리들을 꺾어 날리기도 하지만
그런 날 진종일 나도 함께 젖으며 있었고
잎을 따라 까마득하게 당신을 찾아나서다
어두운 땅으로 쓰러져 내리기도 했어요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잔가지에 푸른 잎들 무성히 늘어
빈 가슴에 뿌릴 박고
당신의 하늘 언저리 더듬으며 자라는 나무 그늘에
오늘도 바람은 여전히 솨아솨아 밀려오고
천둥이 치고 마른 번개가 높은 나무끝을 때려도
어둠 속에서 어린 과일들 소리없이 크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나의 사랑은 오늘도 이렇게 있어요.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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