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4.

 

 

 

바람 부는 날의 꿈




류시화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엑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 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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