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3.

 

이게 내 생각이다

 

허준호


세상은 재미있어야 한다. 아니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비가 오는 날 흠뻑 젖어서 웃으면,
길가에 웅덩이가 있어
풍덩풍덩 그렇게 풍덩거리면
옷도 신발도 그렇게 풍덩거리면
그게 바로 재미다.
가끔씩 중앙선을 따라 걸어간다거나
한 우산 밑에 나란히 걷는 연인들 옆에서
헐렁한 보도블럭 가장자리를
먼 산 보고 밟아본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머리부터 하릴없이 밥이나 먹고 있다면
김치 국물이 옷에 좀 묻었기로서니
투덜거린다면 그게 실까?
안개 낀 날에도 풍경은 있다.
그 장면의 본질은 안개다.
짙은 안개가 가린 세상 잡다한 것들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내가 아니라
태양은 다른 세계의 중심일 뿐이므로
인간의 가장 많은 부분이 흩어져 만든
안개가 본질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세상은 축축해 질 수 있다.
이게 내 생각이다.

Posted by 영월서강한반도
,